서비스 매너신문

서비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실시

기업

"미국서 1등도 했었는데..." 한물간 日 가전업체의 몰락

서비스매너연구소24.12.24

63년 역사 전통 기업 파산 신청

 

최근 일본 경제계는 중견 가전업체인 후나이전기(船井電機)의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으로 충격을 받았다. 후나이전기는 지난 10470억엔(4390억원)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후나이전기 직원 2000명은 하루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실직자로 전락했다. 일본 정부는 후나이전기에 의존하던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과 실직 대란을 우려하는 중이다.

 

한때 연 매출 4조원에 육박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후나이전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본 중견기업의 흥망성쇠를 [왕개미연구소]가 추적해 봤다.

 

연 매출 4... 가전 시장에서 돌풍

 

지난 1961년 후나이테츠로(船井哲良)씨가 창업한 후나이전기는 LCD TVVCR(비데오테이프 녹화기), 프린터 등을 만들던 강소 가전업체다. 원래 재봉틀 도매상으로 시작했지만, 마츠시타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주)의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전자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990년대에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합친 텔레비데오라는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1997년 미국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원가 절감의 선구자로 불릴 정도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후나이전기는 미국 시장 판매가를 기준으로 역산해서 생산 원가를 산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또 마치 신선식품처럼 출하량에 따라 부품을 조달하는 무재고 생산으로 비용을 최소화했다.

 

후나이 제품은 실용적이면서 값싼 상품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월마트 점포 2500여곳에서 VCR 100만대를 단 5시간 만에 판매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2000억엔 정도였던 매출은 20073967억엔을 찍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대 교체 실패로 경영 파탄

 

전자제품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핵심이다. 후나이전기는 LCD TV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한국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그룹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북미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비가 찾아왔다. LCD 패널과 같은 핵심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효율성도 떨어졌다

 

2008, 81세였던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는 후나이전기를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인 가전기업으로 이끈 키맨(주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의사인 아들 후나이테츠오(船井哲雄)씨는 가업을 잇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다.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회사는 오랜 경영 공백이 이어졌고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3년새 사장이 4번이나 교체되는 등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었다.

 

설상가상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후나이전기 입지는 점점 더 약화됐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후나이전기의 LCD TV 점유율은 201213.5%로 높았지만, 2023년에는 2.8%로 급락했다.

 

사라진 회사 현금 3240억원

 

2017년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병원장인 아들이 지분을 물려 받았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 받을 생각이 없었고, 2021년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출판사 사장에게 회사를 매각했다.

 

후나이전기를 인수한 출판사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후나이전기를 상장 폐지하는 것이었다. 상장사는 경영 실적과 관련된 보고 의무가 있지만, 비상장사가 되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외부 감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사 경영진은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본업에서의 영업 적자가 이어졌고, 2023년 출판사 사장은 별도의 지주회사를 세워 탈모살롱체인을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 목적이었지만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서둘러 매각했다.

 

일본 언론들은 출판사가 후나이전기를 인수한 이후 보유하고 있던 현금 347억엔(3240억원)이 바닥난 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거액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는 일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경영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직원 2000명 해고 통보 날벼락

 

회사 파산으로 즉시 해고입니다. 내일 급여는 지급하지 못합니다.”(회사 측 변호사)

 

후나이전기의 파산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직원들이다. 급여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24, 후나이 직원들은 단체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후니아전기의 파산 사태는 전자 제품 산업에서 리더십의 연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 변화가 빠르고 소비자 요구가 급변하는 산업에선 기업이 지속적인 비전과 안정적인 경영 리더십을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적인 사고와 밀도 높은 경영 전략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