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실시
서비스매너연구소24.12.24
SK하이닉스, 5세대 HBM 앞세워 기술 주도권 확보
포스코, '기술총괄' 신설하며 초격차 기술에 매진
롯데, 全社에 AI 플랫폼 도입해 디지털 전환 박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의 특징은 ‘안정’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시키며 현 위기에 대처하는 동시에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실으며 미래 준비에 나서는 것이다. 임원 승진 규모를 최소화하면서도 핵심 R&D 인력은 대거 승진시키며 첨단 기술 개발의 고삐를 바짝 죄는 기업이 많다.
특히 전 산업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AI)과 그 핵심 두뇌인 반도체 분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등장 2년째를 맞는 지금, 주요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전사(全社)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속속 결실을 거두고 있다. 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철강·석유화학 분야의 불황 등 위기 속에서도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황일 때보다 오히려 어려울 때 과감하게 R&D에 투자하는 것이, 훗날 위기가 지나갔을 때 더 큰 과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위기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내는 이유”라고 했다.
◇첨단 반도체 기술 투자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AI 분야 R&D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 3분기(7~9월) R&D 분야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87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기흥캠퍼스의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에서 열린 장비 반입식에는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한 핵심 기지로, 약 10만9000㎡(약 3만3000평) 규모에 총 20조원을 투자한다. R&D를 집중하는 또 하나의 분야는 AI다. 삼성은 ‘모두를 위한 AI’라는 비전 아래 스마트폰, TV, 가전 등에 AI를 속속 접목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강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반도체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발표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로 마치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높이 쌓아올려 성능과 용량을 높이는 적층 기술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HBM인 ‘HBM3E 16단’ 제품도 업계 최초로 공식화하며,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연산을 지원하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쟁력을 키워 하이브리드차 수요 잡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준중형·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대형·럭셔리 차급까지 늘린다. 또 배터리 개발 역량을 내재화해, 부품을 줄이고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하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초격차 경쟁력’ 달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D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 중심의 ‘스마트 공장’ 전환, 사람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인텔리전트 공장’으로의 진화, 이차전지 소재 분야 확산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 지난 4월에는 그룹 미래 사업 육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술총괄’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장인화 회장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캐즘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초일류를 향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자체 AI 플랫폼인 ‘아이멤버(Aimember)’를 중심으로 전사에 AI를 빠르게 도입해나가고 있다. 유통 계열사에서는 AI를 활용해 과일 품질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고, 그룹 마케팅 직군에선 AI를 바탕으로 마케팅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전략을 제안받는 등 AI와 협업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해 13개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통역, 외국인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GS그룹은 ‘디지털·친환경을 통한 미래 성장’을 신사업 목표로 정하고 사업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GS그룹의 계열사인 GS E&R은 최근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는 데 AI를 도입해 예측 오차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높이는 등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MRO(유지·보수·정비) 부문에 투자를 확대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한편, 비행 안전성도 개선해나가고 있다. 최근 MRO 사업 확장을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엔진 정비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새 엔진 정비 공장은 연면적 14만211㎡ 규모로, 총 5780억원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