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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술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반도체 장비 '세계 1위'로

서비스매너연구소24.11.21

 

일본 반도체 장비의 한국 판매를 대리하던 회사가 일본 기업들과 손잡고 1990년 합작회사 PSK를 세웠다. 이 회사의 한국인 대표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일본 회사들에 도움을 구했지만, 그들은 기술 전수는커녕 장비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 박경수(72) PSK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억울해서라도 독자 기술로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국산화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7년 후인 1997년에 PSK는 반도체 핵심 장비인 드라이 스트립(감광액 제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업체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이룬 최초의 사례다. PSK는 지난 2010년 이 분야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올해도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박경수 PSK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17회 반도체의 날기념식에서 최고 수훈 격인 금탄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실상 독식하던 이 분야에서 반도체 장비 기업 대표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순간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기술로 승부를 보는 K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재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어깨너머로 배워 세계 1위 업체로

 

197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미륭건설(현 동부건설) 뉴욕지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반도체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86년 금영무역을 차리고 일본 반도체 장비회사 PSC의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목표로 PSK를 설립했다.

 

자본을 댄 일본 회사들이 기술 이전을 꺼려 국산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박 회장은 전국 곳곳의 대학을 찾아가 이공계 인재 20여 명을 모은 뒤, 사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장비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박 회장과 직원들은 낮에는 일본 기업들 눈치에도 기술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썼고, 밤에는 국내 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관련 이론 등을 공부했다. 국내 기업들의 도움도 컸다. 박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 함께 장비를 국산화해보자며 팹(공장) 안의 장비도 볼 수 있게 해주고, 여러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당시에는 미국, 일본 장비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졌지만 우리 회사에 선수금까지 주면서 발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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