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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매너연구소24.11.26
"축의금 낸 뒤 피로연장 직행, 충격"… 그리스 출신 대주교가 본 韓 결혼식 (상식)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해 온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한국의 일부 결혼식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대주교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 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情), 훌륭한 음악적 전통, 춤과 노래가 많다. 왜 이런 아름다운 것을 버리고 미국과 같은 스타일을 모방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국내 결혼식 문화를 언급했다.
조 대주교는 최근 한국의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축의금을 낸 뒤 피로연장으로 직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을 전했다. 조 대주교는 “예전에는 결혼식장 가면 다 같이 인사를 나누고, 하객도 풍성했는데 지금은 형식적으로 의례를 치른다”며 “사랑의 부재, 소통의 부재가 어디까지 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조 대주교가 한국에 부임했던 초기와 너무 달라진 결혼식 풍경에 놀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결혼식에 함께 간 한국 지인들이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조 대주교는 학생들 사이에도 ‘사랑’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 대주교는 국내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을 소개하던 중 “우리에게 지금 부족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며 과거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서로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몰입하느라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과 대면 소통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대주교는 이날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조 대주교는 “기후 위기는 정말 거대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우리는 바로 재앙, 큰 파국 직전에 서 있다”고 했다.
조 대주교는 같은 날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고통은 심한 양극화와 자본에 의한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며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했다.
한편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우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냈으며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선출됐다.